Page 8 - 붓다동산7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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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듣거라. 누가 누구의 딸인지 알 수 “우리가 먹는 반찬 중에서 가장 좋은 반찬이
가 없으니, 제각기 자기의 아버지의 이름과 벼슬 무엇인고?“
을 찾아 깔고 앉도록 하라.” “마마, 갈비옵니다.”“마마, 굴비옵니다.”“마
모두가 어김없이 방석을 깔고 앉아 있는데, 한 마, 토란국이옵니다.”
처녀만은 방석을 자기 앞에 밀어 놓고 마루바닥 영조대왕은 다시 마루에 꿇어 앉은 처녀쪽을
에 꿇어 앉아 있었다. 바라보았다.
이를 본 영조대왕은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뻐 “마마,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반찬은 소금인
하면서 겉으로는 화를 내며, 가 하옵니다. 소금은 모든 반찬의 근본이 되기
때문입니다.”
“방자하구나, 아까 자기 부친의 이름과 벼슬을 참으로 재치와 지혜가 넘처 흐르는 대답이
적은 방석을 찾아 앉으라 했거늘 너는 어찌 내 였다.
말은 듣지 않는고? 왕명을 어기면 그 죄가 어떠 “이제 한가지만 더 물어보리라. 이 세상에서
하다는 것을 알렸다!” 꽃 중에 가장 좋은 꽃은 무슨 꽃인고?”
“하오나 마마, 노여움을 거두어 주옵소서. 비 “마마, 모란꽃입니다.”“마마, 국화꽃입니다.”
록 종이에 쓴 것이라 할지라도 어찌 자기 아비의 “마마, 장미꽃이옵니다.”
이름을 깔고 앉을 수가 있겠사옵니까? 그런 불효 그러나, 대왕께서는 마루에 앉아 있는 처녀에
를 저지를 수 없아와 이렇게 마루바닥에 비켜 앉 게 하문하신다.
았아오니 그 불충(不忠)을 굽어 살피 옵소서.” “너는 무슨 꽃이라, 생각 하는고?”
영조대왕은 참으로 예의법도와 지혜에 감복하 “마마, 목화꽃이라 생각하옵니다.”
였으나 내색을 하지 않고 다시 하문하셨다. “음.. 목화꽃이라. 어디 그 까닭을 말해줄수 있
“세상에서 가장 깊은 것이 무엇인고?” 겠느냐?”
“마마. 바다이옵니다.”“마마, 강물이옵니다.” “예. 마마, 목화꽃은 추운 겨울에 이 나라 만
“마마, 골짜기이옵니다.” 백성을 따뜻하게 지내도록 해 주기에 가장 좋은
이때 대왕은 마루바닥에 꿇어 앉은 처녀쪽으로 꽃이라 사료되옵니다.”
눈을 던졌다. 처녀는 다소곳이 업드린채 입을 열 영조대왕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무릎을 치며,
었다. “옳거니, 과연 그러하도다. 목화가 아니면 만
“마마, 이 세상에서 가장 깊은 것은 사람의 마 백성이 추운 겨울에 떨 수 밖에 없지.”
음이라 짐작되옵니다. 바다나 강이나 골짜기는
그 깊이를 잴 수 있으나 사람의 마음은 잴 수가 지혜와 예의법도가 출중하여 영조대왕을 감복
없사옵니다.” 시켰던 이 처녀가 영조대왕의 둘째왕비 정순왕
영조대왕은 무릎이라도 칠 정도로 명민한 지기 후이다. 동산불교대학·대학원
DongSan Buddhist Academy
에 탄복하였으나 꾹 참고 다시 한번 하문하신다.
년 월호6 | 201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