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붓다동산7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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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강좌
오늘의 종교를 다시 생각한다
— 붓다, 자비의 웃음과 예수, 사랑의 웃음
최 종 석
— 21세기 과학문명시대에 맞는 불교
동산불교대 대학원 교수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종교적 비전은 어서 있는 지고한 일자 (一者)에 대한 외경심으
붓다의 자비의 웃음과 로 사람들은 종교를 인간의 삶과는 동떨어진 어
예수의 사랑의 웃음을 회복하는 것 떤 것으로 여긴다. 이는 동양과 서양의 대표적
종교라고 할 수 있는 불교와 그리스도교 양쪽
종교는 대단히 진지하고, 근엄하고, 엄숙하 모두에 해당하는 말이다.
고, 보수적이고, 융통성 없고, 시대에 뒤떨어지 이런 종교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본
는 이미지를 가졌다. 따라서 종교적 교조 (敎祖) 교재의 제1부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첫 번째 글
나 절대자에 대한 이미지도 마찬가지로 근엄한 에서 ‘붓다와 예수의 웃음’이라는 주제를 통해
모습으로 상상하게 된다. 종교 속의 인간도 유 종교에서 웃음의 의미를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희적인 호모 루덴스 (homo ludens)나 명랑한 호 진정한 ‘종교성’의 회복이라고 보고, 종교에서
모 리센스 (homo risens)가 아니라 근엄한 인간 웃음의 위상을 적극적으로 복권하고 있다. 웃음
인 호모 그라비스 (homo gravis)를 연상하게 한 이야말로 종교 간에 팽배해 있는 배타주의를 비
다. 롯한 모든 갈등의 해결 방안이다.
그러나 앞으로 종교 간의 배타주의를 넘어 이 글에서 붓다의 웃음과 예수의 웃음을 비
서로 인류 공동의 문제를 짊어지고 해결해가 교하며, 예수의 웃음이 자기비움에서 오는 무화
야만 하는 불교와 그리스도교는 붓다의 자비 (無化)의 웃음, 해방과 사랑의 웃음이라면 붓다
의 웃음과 예수의 사랑의 웃음을 회복하여 시 의 웃음은 무아 (無我)의 해탈과 자비의 대자유
대가 요구하는 종교적 실천을 이루어 내야 할 를 보여 주는 웃음이다. 붓다는 무명을 깨친 자
것이다. 이기에 무명의 삼독을 극복하였으니, 진에(瞋
보통 사람들은 종교를 성스러운 것이라 여기 恚)인 화를 낼 수가 없는 존재이다. 따라서 경전
고, 엄숙하고 경건한 것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에서 붓다는 끊임없이 웃고 있다. 이에 더하여
종교를 웃음과 거리가 먼 것으로 인식한다. 인 붓다는 웃을 수 있을 때 웃지 않는 사람을 사특
간에게 벌을 주는 무섭고 엄한 존재, 인간을 넘 한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웃음을 매우 중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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