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붓다동산7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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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산책했습니다. 좀 떨어진 곳의 정원이랑 돌

                                                        길도 서성거렸지만, 김경집 교수님의 해설에는
                                                        연신 귀를 기울였습니다.

                                                          해설을 열심히 듣다가 앞뒤로 흐르는 작은
                                                        계곡물을 따라 기둥을 다시 올려다보니 아름다
                                                        운 누각 가운루 옆으로 우화루가 있습니다. 우

                                                        화루는 극락전을 바라보고 부처님께 기도하거
           고불전 전경
                                                        나 풍류를 즐기는 대방의 역할을 했답니다. 과

           전 옆에는 이 절에서 세운 ‘이준용 영세불망비’                   거에는 흘러가는 계곡의 물을 감상할 수 있는
           라는 철비가 있는데, 그 성분이 구리와 주석이                    아름다운 모습이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극락
           랍니다. 현령과 현감 누가 높을까요? 현령이 조                   교 아래로 여름이면 힘차게 흘렀을 물소리를 상

           금 높습니다. 현감은 종6품, 현령은 종5품 벼슬                  상하며 나한전을 둘러봅니다. 16나한이 작게 모
           입니다. 1859년 현령 이준용이 당시 절에 부과                  셔져 있습니다. 불교의 성자인 아라한을 모신

           했던 세금을 감면해주는 등 고운사를 위한 선정                    전각이며 마땅히 공양을 받을 자격이 있어서
           을 베풀어 그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하여 세운                    ‘응공’이라고 합니다.
           것입니다. 당시는 천주교가 들어오기 시작할 무                      고운사 삼층석탑

           렵이어서, 상대적으로 핍박했던 불교를 지지해                     은 고려 초기 탑입
           줘야 할 정책적 필요가 있었습니다.                          니다. 신라시대의

                                                        탑은 옥계석 처마가
                                                        아름답게 들려 보입
                                                        니다. 이는 석탑의

                                                        고려와 신라를 구분
                                                                            석조여래좌상
                                                        하는 중요한 관점

                                                        이 됩니다. 지대석 기단이 두 개이고 중간석 크
                                                        게 두어서 웅장하게 보입니다. 고려 초기에 공
                                                        을 많이 들인 석탑입니다. 여러 개의 돌을 깎아
           가운루에 올라
                                                        올렸는데, 만약 이러한 모습을 하나의 통돌에서
             가운루에 올라서서 잠시 명상을 합니다. 누                    쪼았다면 국보급 보물이 되었을 것입니다. 통돌

           각의 오래된 나무문을 살짝 열어놓으니 한 폭                     을 쪼아서 석탑을 만들기가 어려운 일이기 때문
           의 동양화를 보는 듯했습니다. 삐그덕거리는 나                    입니다. 유일한 보물 246호인 석조여래좌상은
           무계단을 내려와 작은 연못 주위에 영근 풀씨와                    원래 고불전에 계셨던 것을 약사전에 옮긴 것입

           거미줄에 걸린 나뭇잎 아래로 수련을 보며 경내                    니다. 불상의 허리 라인이 살아 있으며 신라 시


                                                                                       붓다동산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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