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붓다동산7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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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 석불이라고 보면 틀림없습니다. 오래된 다                    로 고운 단청 그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고 사찰

           포식 건물로 명부전이 유일합니다. 10분의 시왕                   안내 자료를 읽느라 눈이 침침할 무렵에 부는
           을 모신곳이며 명부전의 시왕, 산신, 칠성신은                    산바람이 시원했습니다. 함께 손잡고 이야기도

           도교에서 왔습니다. 우리 민속 신앙에서 필요가                    많이 하며 다녔던 영숙 도반님이 싱긋이 웃으
           있어서 전통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며 법당에 불전을 넣고 나서 “이생에서 만난 인
                                                        연 저 생에도 꼭 만나지길 기원합니다” 하며 약

                                                        사전 부처님께 삼배를 드리시니 나 또한 따라하
                                                        며,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드렸습니다.

                                                          고운사를 참배하
                                                        고, 해탈문 나설 때
                                                        쯤 문 앞에서 콩을

                                                        까시던 할머니에게
           연수전의 만세문
                                                        세 봉지를 사서 배낭

             연수전의 만세문은 솟을대문입니다. 영조 20                   에 담는데, “복 받으
           년 왕실에서 태조에서 영조에 이르는 왕족의 계                    라구” 덕담까지 하십
                                                                             소담스런 가을 전경 한 컷!
           보를 보관하고 왕실이 만세토록 이어지기를 바                     니다.

           라고, 임금의 장수를 기원하면서 연수전을 세웠                      아침 나절에는 빨갛던 해가 석양 꽃처럼 지
           습니다 사찰 경내에 둠으로써 사찰은 왕실 권위                    는 저녁 나절에는 몸도 노곤해졌습니다. 차창

           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조선시대의 억                    밖으로 지나는 경북 들녘의 누런 곡식들을 보면
           불숭유의 유교사회에서 절이 폐사되는 위기에                      서 내 고향 파주 들녘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현판에는 광무년에 중                    살짝 잠이 들었는지 꿈속이었습니다. “그렇게

           수한 것으로 기록이 보이는데, 고종이 환구단에                    고단했어? 다왔어” 하고 옆 도반이 저를 깨웠습
           서 황제 즉위식을 하면서 이건물도 대대적인 보                    니다 먼 길 다녀 오는 동안의 모든 인연들께 감

           수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연수전은 절 안에 있                   사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
           는 유교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담장을 쌓아서 분                    보살….
           리한 것입니다. 연수전의 벽화는 고종과 명성왕                      어느새 속절 없이 반년이 지나면서 온세상

           후의 만수무강을 기리기 위해서 조성되었다고                      모든 이들의 생활은 낮아지고 회복해야 할 일상
           합니다. 공양간으로 가는 길에 둥그런 돌계단이                    들은 한여름인데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있습니다. 서둘지 말고 찬찬히 걸어다니라는 뜻                    뒤로 미뤄진 동산 염불만일회 때에는 좀 더 안
           으로 설치한 것이겠지요. 전각마다 자연석의 낮                    정되고 나아지기를 온 마음으로 간절히 바라면
           은 돌계단들이 많아 보였던 아름다운 도량이었                     서. 희망의 공부도 할 겸 조심스레 먼저 간 발자

           습니다. 천년의 세월 비바람에 퇴색되어도 그대                    취들을 조금 찾아보았습니다.


           24   202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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