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붓다동산7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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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암사 승선교

 짧지 않은 거리다.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고,  5. 복(福)일지라도 내려놓는 것이‘방하착’
무릎과 손 그리고 이마에는 피멍과 함께 흙과 잔        이다.
돌이 박힌다. 삼아승기겁(三阿僧祇劫)을 돌고 돌   더럽혀진 옷도 세탁소에 다녀오면 깨끗해지듯
아 비로소 옛 고향으로 돌아왔으니 어찌 힘들고    세간의 번뇌로 혼탁해진 마음도 절에 다녀오면
고달프지 않으랴?! 목이 쉬도록 어버이 서가모니   맑아진다고 한다. 눈에 보이든 안 보이든 금선
불을 찾는 소리에는 어느새 단내가 밴다. 그래도   (金仙)이 되는 다리 승선교를 지나며 공도리(空
그들의 입가에는 음광(飮光) 존자의 미소가 끊임   道理)를 깨닫고 모든 번뇌를 내려놓았기 때문이
없이 번진다. 그리고 이런 행자님들의 거룩한 모   리라.
습 위로 두 개의 승선교와 아름다운 강선루의 모   방하착(放下着)! 새내기 사미스님들을 부러워
습이 겹쳐진다. 높은 곳에 자리하신 채 짐짓 근엄  만 할 것이 아니라 절에 가면 그분께서 주시는
한 모습을 하신 그분께서도 무사히 돌아온 그들    것이 복(福)일지라도 가져오려 애쓰지 말고 내려
의 모습에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리신다.        놓을 수 있어야 한다.
                             ‘방하착’이라…!
                                           동산불교대학·대학원

                                           DongSan Buddhist Academy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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