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붓다동산7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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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원효의 가르침은 우선 불교 내에서의 화쟁 사상의 틀에 따르면, 이런 갈등과 소외
소외를 극복하는 것이 된다. 모든 중생들이 귀 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통의 목표에 대한
천과 학식의 고하를 떠나서 함께 최고의 목표인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사회 구성원들이 각각,
깨달음에 동참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가르 자신들이 함께 동참하는 세계의 이상을 공유하
침, 그것이 바로 화쟁사상이다. 그리고 이런 관 도록 하여야 한다. 자신들이 그 이상에 어떤 방
점은 사회의 계층 간 갈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식으로 기여하고 있는가에 대한 인식을 주는 일
논리로 확장될 수 있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들이 선행되어야 한다. 개인적인 성공과 사회
의 발전을 연결시키는 모델들이 다양하게 제시
꽤 오래 전의 일이지만 “이등은 아무도 기억 될 때, 다양한 소질과 능력들이 올바르게 자리
하지 않는다”는 광고가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 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모든 구성
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사회의 생산성을 극대화 원들이 자신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커다란 전
시킬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 반면 심각 체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줄 수 있도록 의식화
한 소외현상을 낳아, 계층 간의 갈등이 포화상 가 이루어져야 하고, 또 정책적으로 밑받침되어
태에 이르면 그 생산성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극 야 한다.
단적인 상황을 낳을 수도 있다. 사회 구성원들
을 직업과 경제력 등을 기준으로 수직적으로 줄 양극화가 극에까지 달하여 무엇이 옳은지는
세워 놓고, 꼴찌가 아닌 이등까지도 소외시켜버 따지지 않고 누구 편인가를 먼저 가르는 현상,
리고 만다. 자연 일등을 하지 못한 많은 대중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이고,
은 자신의 인생을 실패한 인생으로 생각하게 마 이 현상이 심화되면 결국 함께 살아가는 바탕이
련이며, 그런 소외구조 속에서는 우리가 함께 무너지고 말 것이다. 어느 한쪽이 완전히 옳고
공통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의식은 소멸되 다른 한쪽은 완전히 그르다는 사고를 지양하고,
고 만다. 나도 나 나름대로 우리 사회에 기여하 또 수직적으로 위아래를 논하는 방식을 벗어나
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나의 삶도 보람있고 성 모든 주장들을 수평적 시각에서 보는 원효의 시
공된 삶이라는 자부심을 박탈해버리는 것이다. 각이야말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바탕을 제
물론 각각의 자질과 능력을 최대한도로 발휘하 공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원효의 부사의업
고 있는가에 대하여는 엄한 평가가 있어야 하겠 (不思議業) 사상을 곁들인다면, 각각 다른 입장
지만, 오직 한줄의 수직적 줄세우기를 통해 많 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서로를 인정하며, 공동의
은 대중들을 소외시키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목표를 지향하여 힘찬 걸음을 하는 불자들의 행
는 것이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중 하나일 것이 진을 이룩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지금의 불
다. 화쟁 사상은 바로 이러한 이념의 근거를 제 교가 이 사회의 지도적 이념이 되는 길이며, 그
공할 수 있다. 것을 통해 지금 불교가 여기에 불국토를 이루은
힘 있는 불교로 설 수 있지 않을까?
6 202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