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 - 붓다동산7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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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강좌





           원효의 화쟁사상에 대한 조명


           — 함께하는 세상을 이루기 위하여
                                                                                     성 태 용
                                                                                    전 건국대 교수






             원효는 창조적 사유를 통하여 그 당시의 신                      우선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화쟁사상이
           라 사회와 신라 불교의 요구에 부응하는 사상체                    갖는 근본 의미이다. 화쟁사상은 불교를 조화롭

           계를 수립함으로써 한국 불교뿐만이 아니라 세                     고 통일되게 설명하려는 시도이며, 각 종파와
           계 불교사에 큰 획을 그은 걸출한 인물이다. 그                   경전들의 주장이 그런 조화로운 통일 가운데 제

           의 사상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또 영향                  자리를 찾게끔 하려는 시도이다.
           을 끼친 것은 화쟁사상일 것이다. 그의 십문화
           쟁론은 인도에까지 번역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                       그렇게 불교를 통일적으로 설명하려고 하는

           니 그의 사상적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한                   목적을 가진 것은 교상판석 (敎相判釋, 이하 교판)
           걸출한 업적은 단지 수동적으로 기존의 사상을                     도 마찬가지이다. 그러하기에 화쟁사상의 근본

           답습하지 않고, 당시의 현실적 요구를 수용하여                    적인 의의는 바로 이 교판과 화쟁의 차이를 살
           불교 사상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함으로써 이루                     피는 데서 드러날 수 있다.
           어진 것이다. 이 글은 이러한 원효 사상 가운데

           서 화쟁사상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면서, 우리 사                      교판은 어떤 종파에서 자기 종파의 우월성을
           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시사를                    내세우면서 다른 종파의 위상을 적절하게 자리

           얻어 보기 위한 것이다.                                매김함으로써 불교를 통일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이다. 아함의 가르침은 근기가 낮은 중생을
             물론 이 자리에서 화쟁 사상 자체에 대한 세                   인도하기 위한 임시적이고 방편적인 가르침이

           밀한 논의를 하는 것은 필자의 역량에도 부치는                    요, 방등부의 경전은 소승을 누르고 대승을 선
           일이고, 또한 이 글을 쓰는 목적에도 부합하지                    양하기 위한 가르침이며(…) 법화경의 가르침

           않는 일이다. 그러하기에 화쟁사상의 큰 얼개와                    이야말로 가장 수승하고 근기가 성숙된 이들을
           중심이 되는 논리를 추출하고 그것에 바탕하여                     위한 최상승의 가르침이라고 하는 식이다.
           우리 현실의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으로 이야기                       그것은 교리를 수직적으로 줄세우는 방식이

           를 전개해 보겠다.                                   다. 그런데 우리가 바로 보아야 할 것은 이렇게


           4   202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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