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붓다동산7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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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바로‘화쟁의 정치학’이라 할 것이다. 상황을 딜레마로 규정하는 능력, 명백한 모순
화쟁은 배타적 이견(異見)들을 절충하거나, 종 과 공존하는 능력이 갈등전환의 핵심이라고 보
합하거나 혹은 제 3의 견해를 통해 쟁점을 무화 는 레더락의 관점은 원효의 용어로는 개시개비
(無化)·용해(溶解)하는 것이 아니라 이견을‘있 라고 할 수 있다. 코끼리를“벽과 같다”고 하는
는 그대로’수용하는데 있다. 이른바 모순을 제 것과“기둥과 같다”고 하는 것은 명백하게 모순
거함으로써 갈등을‘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모 이다. 원효는 양립 불가능한 이 두 주장을“모두
순적 상황을 수용함으로써 갈등을‘건설적 전환 옳다(皆是)”고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모두 그
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르다(皆非)”고 한다. 여기서‘개시’가 모순과 역
갈등을‘해결’이 아닌‘전환’(transformation) 설을 공존하게 하는 원리라면‘개비’는 모순적
의 관점에서“명백한 모순과 역설을 공존시키는 상황을 새로운 변화로 이끌고자 하는‘갈등전
능력이 갈등전환의 핵심”이라고 규정하는 존 폴 환’의 관점이다. 다시 말해서‘온전한 코끼리’라
레더락 의 주장은 화쟁의(John Paul Ledrach) 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상정함으로써 갈등이라고
정신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레더락은 이를 하는 모순적 상황을 더 큰 그림을 위한 전환의
위한 구체적 실천의 하나로 갈등을 딜레마로 규 에너지로 삼게 되는 것이다.
정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원효의 개시개비는‘복수의 옳음’을 상정함으
우리가“both A and B”라는 통합적 패러다임 로써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다는 모순적 상황을
으로 질문할 때 우리의 사고도 전환된다 … 딜레 용인 / 수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가능
마와 모순을 동시에 껴안을 때, 양립 불가능한 한 철학적인 원칙은 무엇이며 또 일상적인 실천
갈등에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우리 원리는 어떻게 가능한가? 그것은 한 편으로 상대
는, 다르지만 다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상호의존 주장의‘부분적 타당성’을 인정하는 것이며, 다
적인 면이 공존하는 복잡한 상황으로 문제를 인 른 한편으로 자신의 타당함이‘부분적’이라는
식하고 대응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기 때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철학적 정직함이
문이다. 만약 우리의 선택이“, either A or B”이 며 종교적 겸손이다.
라는 양자택일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면 우리 화쟁은 곧 대화의 정신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는 복합적인 문제를 제대로 다룰 능력을 잃고 말 이 점 때문이다. 논쟁이 나의 옳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것이라면 대화는 상대방의 옳음을 발견하는 것
『갈등전환 : 갈등을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 이기 때문이다. U.C Berkeley 대학의 철학과 교
임』, 존 폴 레더락, 박지호 역, KAP(2014) 수 도널드 데이비슨 은“다른(Donald Davidson)
사람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심지어
그들의 행동이 지극히 비정상적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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