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붓다동산7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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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괘불이 아니라 같은 계열의 것이 봉안되어                       대체로 조선시대 괘불의 색상은 밝고 화사한

           있다. 안성 칠장사, 영주 부석사, 양산 통도사가                  홍색과 녹색을 기본 바탕으로 한 다양한 색채
           이 같은 경우이다.                                   를 부드럽게 조화시켜 사용하며, 아름답고 섬

                                                        세한 고려불화 못지않게 웅장하면서도 고상한
             조사에 의하면 성격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맛이 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불화의 차
           괘불이 모셔져 있는 것이 아니라, 크게 영산회                    이는 구도나 색상보다 더 분명히 구별되는 것

           상도와 보살상의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되는데                      이 바로 옷이나 바탕에 나타나는 문양이다. 특
           대부분이 산회상도이다. 이는 조선시대에 법                      히 대형화된 화면에 걸맞게 장엄하고 장엄을

           화경 신앙이 크게 유행한 것에 기인하는 것이                     나타내는 갖가지의 문양들이 발달하였음을 알
           다. 그래서 석가모니 부처가 법화경을 설법한                     수 있다. 고려 불화에서 불의(佛衣)의 문양에 주
           영축산의 모임 장면을 그림으로 그 린 영산회                     종을 이루던 보상당문(寶相唐草文)을 비롯하여

           상도가 탱화 가운데 제일 많이 남아 있다. 괘불                   연화문, 국화문, 모란문, 화문, 황문, 칠보문, 귀
           의 제작 시기별로는 1623년부터 1745년까지                   갑문 등이 단순하게 묘사되어 새로운 수법으로

           제작된 대부분이 영산회상도이며, 1759년부터                    변화되고 있다. 또한 관배나 사각좌, 바탕, 공간
           1800년까지는 보살상이 유행했고, 다시 1830                  화면 등이 기하학으로 도식화된 특색을 띠고
           년경부터는 영산회상도가 유행한다. 또한 영산                     있다. 이렇듯 괘불에서 보이는 각종 꽃무늬들

           회상도 가운데서도 1684년경까지는 주존이 결                    은 조선시의 분청사기, 청화백자, 목화 등에도
           가부좌 (結跏趺坐) 한 좌불의 형태가 많고, 그 이                 나타나고 있어 문양 연구에도 중요한 상이 되

           후는 대부분 입불이다. 좌불의 형태는 고려 불                    고 있다.
           화에서 주종을 이루고 있는 2단 구도가 사용된
           느낌을 주고 있다.                                     4. 괘불 제작과 헌괘(獻掛)

             한편, 서울, 경기 지역에는 괘불의 수효가 적
           고 제작 연도도 떨어지는데 비해 경상도나 전라                      (1) 괘불석주(掛佛石柱)

           도 지역에는 보다 많이 남아 있는데 이는 6・25                    전국 사찰의 대웅전이나 중심 법당 기단의
           전쟁으로 인해 서울, 경기 지역의 괘불이 많이                    돌계단 입구 좌우에 두 쌍의 돌기둥이 서 있는
           소실된 것으로 생각된다.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괘불을 높이 걸 수

                                                        있도록 괘불대를 세우는 데 필요한 돌기둥으로
             영산회상도는 주존인 석가불을 중심으로 좌                     큰 것은 2미터가 넘고 작은 것은 60센티미터 정

           우 협시 보살이나 사천왕, 10대 제자 등이 좌우                  도이다. II형의 돌기둥에는 □형태의 동그란 구
           대칭으로 복잡하게 화면을 가득 메우거나 오색                     멍이 2, 3개 뚫려 있다. 이 돌기둥 사이에 괘불
           찬연한 꽃이나 구름무늬가 보는 사람을 압도하                     대를 세우고 나무 쐐기를 박아 고정 시키는데

           고 있다.                                        이는 넘어지거나 바람에 움직이는 것을 막기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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