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붓다동산7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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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지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히 존재하고 있는 현실세계를 가(假)의 입장에서
 천태종에서는 삼제원융관인 중도에 의해 제법       인정하는 것이다. 끝으로 양자의 입장을 상대적
실상(諸法實相)의 도리를 밝히고 있다. 삼제는      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에 차이가 있
진제(眞諦)로서의 공 空( ), 속제(俗諦)로서의 가  음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차원에서 정리하면, 현
假( ), 그리고 비유비공(非有非空)의 진리인 중    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 공을 바탕으로 이
中( ) 등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차례로 살펴   루어진 세계임을 아는‘제법실상(諸法實相)’이라
보면,                            는 새로운 안목이 열리게 된다. 이것이 다름 아
                               닌 절대긍정인 중도의 세계다.

공제(空諦, 眞諦)는 본체적 측면에서 삼라만상 2. 좌익 <대비주>와 우익『반야심경』
을 바라본 것으로, 삼라만상은 집착하는 중생의
마음에 의해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자 천도재 등에서 영가의 업을 청정하게 하는 의
성이 없는바 공일 수밖에 없음을 설파한 것이다. 식인「관욕(灌浴)」의 첫 번째 편(篇)인 ≪인예향
즉,‘파정(破情)’으로서 우익(=보수)적 성향을 욕편(引詣香浴篇)≫ 말미의 주(註)에,
띠고 있다.
                               <대비주>와『반야심경』을 차례로 독송하라
가제(假諦, 俗諦)는 현상적 측면에서 삼라만상 (次誦大悲呪 及心經亦得)
을 바라본 것으로, 실체가 없음에도 인연화합에
의해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을 사실로 인정하려 는 대목이 있다.
는 것이다. 즉,‘입법(立法)’으로서 좌익(=진보) <대비주>를 독송하는 이유는‘내가 만일 도산
적 입장에 서있다.                     지옥 향하여서 나아가면 도산지옥의 모든 칼날
                               제 스스로 꺾어지고(我若向刀山 刀山自催折)’등
중제(中諦)는 중도제일의(中道第一義)의 입장 『천수경』의‘육향(六向)’에서 보듯 <대비주>의
에서 삼라만상의 실상을 본 것으로,‘공’과‘가’ 주력(呪力)으로 도산 . 화탕 . 지옥 . 아귀 . 수라
가운데 어느 한쪽에 치우쳐 관찰하는 것이 아니 . 축생 등 어느 곳을 향하든 자유로울 수 있기를
라 양자를 포용하는 입장에서 관찰할 것을 말한 염원하는 것이다.
다. 즉, 양익(兩翼=중도)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이에 비해『반야심경』을 독송하는 것은 궁극적
지금까지 살핀 내용을 바탕으로 중도의 경지에 으로 추구하는 바는 같지만 그 방법을‘오온이
이르는 과정을 보면, 우선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 모두 공함을 비추어 보고 일체의 고뇌와 재액을
가 인연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 바탕이 공 건넜느니라(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라는 말
(空)함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목으로 여전 씀에서와 같이 제법개공의 입장에서 찾는다는

년 월호28 | 2016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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