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붓다동산7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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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반야회 33주년 기념법어

가을 산 단풍을 비추어보며

                    법산  경일스님

                        본회 법주

                       청산의 푸른 솔은 법신 아님이 없고
                       만산의 붉은 단풍 반야 아님이 없도다.
                       솔향기 길게 마시니 한마음 청정하고
                       단풍에 물든 눈가에 밝은 미소 피어나네.
                     청산은 물감이 아니라도 울긋불긋 찬연한 그림을 그리고, 시냇물은 악기가 없
                    어도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네. 우리들 마음도 이와 같아서 아름답지 못하고 즐
                    겁지 않은 것이 없건만은 왜 세상 사람들은 아름답고 즐거운 삶을 추구하며 행복
                    을 갈구하면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괴로움에 애태우고 있는가?
                     세상 사람들이여! 저 만고에 변함없는 청산에 물어보고, 저 미련에 서러워하지
                    않는 단풍의 소리를 들어봅시다. 흰 구름이 천만번을 쓸고 가도 청산은 움직이지
                    않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언제나 새로운 얼굴로 다가오는 모습을 닮아봅시다.
                     비가 오면 비에 젖고, 눈이 오면 눈에 덮이며, 어둠이 오면 쉬어가고 해가 뜨면
                    더욱 푸르게 멋진 삶을 살면서도 어떤 생명을 미워하거나, 어떤 기후의 변화에도
                    두렵거나 괴로워하는 기색이 없이 언제나 푸르른 기쁨을 주는 저 청산의 마음을
                    닮아 간다면, 법신 청정한 <참 나>의 본래 자성이 환하게 빛나며 반야의 밝은 지
                    혜가 밝은 미소로 피어날 것입니다.

년 월호2 | 201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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