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붓다동산7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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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다시 울릉도의 북면 현포로 향했다. 현포의   를 형성하나 즉시 빠져 버린다. 지하로 스며든 물
‘현’자는‘검다’라는 의미를 지닌 글자로 저동과  은 북쪽 사면에서 용출되어 추산발전소의 원천이
도동이 울릉도의 중심 항이 되기 전 울릉도의 주  된다.
요항구이기도 하다. 높게 굽이친 도로를 지나면    저녁이 되어 도동항 근처 행남 해안산책로를
울릉도의 북쪽 넓은 면을 이루는 현포의 전경이   나가보았다. 달빛을 받은 바다는 은빛 물결을 이
한눈에 들어온다. 현포는 삼국시대의 고분이 발   루고 산책로를 따라 저동항 촛대바위까지 이어지
견된 곳으로 울릉도의 오래된 역사를 보여주는    는 길은 좁고 가파른 계단을 따라 동해의 물결과
의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도 한반도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이 있다. 마치 섬과 바
와 이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주요한 단서이기도    다사이에서 한 점 바람이 된 것처럼 몸과 마음이
하다. 최근에는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가 세워    투명해진다. 아름다운 울릉도와 함께 있노라니
져 해양의 생태를 연구하고 보호하는 일에 중요   유치환의‘울릉도’라는 시가 생각났다.
한 역할을 하고 있다. 멀리 코끼리 모양을 하고
있는 공암과 노인의 굽은 등처럼 생겼다하여 붙   울릉도  -유치환
여진 노인봉과 송곳 모양 같다하여 이름 붙여진
추산의 모습이 현포의 풍경을 가득 채운다.

 첫날의 마지막 일정으로 찾은 곳은 울릉도의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 밖의
대표지역인 나리분지였다. 유일한 평지로 성인봉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북쪽의 칼데라화구가 함몰하여 형성된 화구원이    금수(錦繡)로 굽이쳐 내리던
다. 분지 주변에는 외륜산이 둘러싸여 있고 성인  장백(長白)의 멧부리 방울 뛰어
봉은 외륜산의 최고봉이자 울릉도 최고봉이다.    애달픈 국토의 막내
겨울철 눈이 많이 내리는 특유의 자연조건에 맞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
추어 가옥구조는 너와지붕을 한 우데기집을 하고   창망(蒼茫)한 물굽이에
있었으나 지금은 몇 채만 보존되어 있다. 나리분  금시에 지워질 듯 근심스레 떠 있기에
지로 흘러드는 물은 화북을 지나 외부로 나갈 출
구가 없기 때문에 집중호우에는 지리적으로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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