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붓다동산7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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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사명대사가 오시는 걸까? 아니면 서산      그때 법당 문이 열렸다. 서산대사가 막 법당을
대사가 나를 시험하려 함인가?」평소에 없던 분    나서려는 찰나였다. 사명당은 인사할 틈도 주지
부라 자기 나름대로 생각을 굴리면서 골짜기를     않고 공중에 날아가던 참새 한 마리를 잡아 쥐곤
향해 내려가던 상좌는 걸음을 멈췄다. 분명 냇물   첫 말문을 열었다.
이 거슬러 흐르는 것이 아닌가. 고개를 들어 앞   「대사님, 제 손안에 있는 이 참새가 죽을까요?
을 살피니 과연 저만치 웬 스님이 오고 있었다.   살까요?」사명의 손 안에 있는 새이므로 새가 죽
상좌는 그 스님 앞에 공손히 합장 배례했다.「스   고 사는 것은 사명당에게 달려 있었다. 이쪽도
님, 스님께서 사명대사이시온지요?」          저쪽도 택하기 어려운 그 질문 앞에 서산은 의연
「그렇소마는...」                   히 입을 열었다.
「먼 길에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저    「허허 사명대사, 이 몸의 발이 지금 한 발은
는 서산대사의 분부 받고 대사님을 마중나온 장    법당 안에 있고, 한 발은 법당 밖에 나가 있는
안사 상좌이옵니다.」                  데 이 몸이 밖으로 나가겠습니까? 안으로 들겠
「아니... 그래...」사명당은 내심 놀랐다.    습니까?」
「네. 오늘 훌륭한 스님이 이곳에 오신다며 큰     이 또한 난처한 질문이었다. 안으로 든다고 하
스님께서 마중을 나가라 하셨습니다.」         면 한 발마저 밖으로 내놓을 것이요, 밖으로 나
 대사는 놀라움을 진정하며 태연히 말했다.      갈 것이라 답하면 안으로 들 것이니, 잠시 생각
「기다리는 스님이 내가 아닐 수도 있을 것인데.」  에 잠긴 사명당은 멀리서 객이 오는데 밖으로 나
「아닙니다. 큰스님께서는 오늘 이곳에 오시는     오는 게 당연한 도리라고 판단했다.
훌륭한 스님이 산문에 당도하면 시냇물이 역류     「그야 밖으로 나오시겠지요.」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수많은 스님이 오    「과연 그렇소. 사명당이 그 먼 길을 한달음에
가시는 가운데 유독 스님이 오시니 저렇게 시냇    오셨는데 어찌 문 밖에 나가 영접치 않겠소.」
물이 역류하지 않습니까?                 모든 답이 끝난 듯 서산대사는 사명당에게 어
 과연 상좌가 가리키는 대로 시냇물을 바라보니
기이하게도 역류하는 모습이 보였다. 소문대로
과연 서산대사는 앞일을 환히 내다보시는구나.
대사는 감탄하면서 상좌승을 따라갔다.
 상좌는 앞장서서 걸으며 생각했다「. 큰스님이
어떻게 알고 마중까지 내보냈을까?」소문만 듣던
사명대사를 직접 모시게 되니 누구에겐가 자랑
이라도 하고픈 마음이었다. 이윽고 장안사에 이
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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