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붓다동산7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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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이 기진맥진한 상황이 되어버린 시대였다. 이 一窓明月淸虛枕
러한 위기일발의 불교계에 지옥에서 관음보살을 창에 비치는 밝은 달이 청허의 베개에 비치고
만나듯 호불(護佛)의 왕후를 만났으니 그가 바로 無限松風韻不齊
‘문정왕후’이다. 한없이 부는 솔바람은 운이 고르지 못하도다.
문정왕후는 명종의 수렴청정(垂簾聽政)으로 불 대사가 서산대사를 첫 상면할 때의 문답이 전
교 중흥의 대 원력을 품고 각 도의 수령방백에게 해오고 있다. 사명대사는 인기상승하여 조선의
불교를 중흥시킬 고승을 추천하도록 밀지를 내 승려로써는 자신이 제일이라는 자긍심을 가졌는
려, 백담사에서 수행하는 보우선사(普雨禪師)를 데, 소문에 의하면 서산대사는 태양이요, 사명대
인견, 선·교(禪敎) 양종의 수사찰(首寺刹)을 다 사는 달 정도의 수준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시 일으켜 승과와 도승첩(度僧牒)을 부활하는 한 어느 날, 사명대사는 묘향산의 서산대사를 만
편 승려의 출가를 허용함으로써 대사는 승과의 나 법거량(法擧揚)을 하여 서산대사를 시험해보
선과에 장원급제를 할 수 있었다. 대사가 약관 고 싶었다. 간단한 행장을 꾸려 묘향산 서산대
18세에 승과에 장원급제하니 불가의 칭송은 물 사 산문에 이르렀다. 대사가 산문을 들어서려니
론이요, 그 당시 학사대부(學士大夫)와 당시의 한달음에 내려오는 한 스님이 있었다. 의발은
유교 명사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하여 그 시문이 남루했지만 그 위엄은 천하를 압도하는 기품을
책자로 조선 천지에 유포되었으며 불경도 열심 지녔다.
히 참구하여 깨달음을 더 하였다. 사명당이 이 계곡을 오를 무렵 서산대사는 굴
■ 서산대사를 만나 제자가 되다 리던 염주를 멈추며 상좌를 불렀다.「이 길로 산
대사가 32세가 되는 을해 년에는 사부대중들 을 내려가 사명대사를 마중하여라.」상좌는 깜짝
이 선종(禪宗) 수사찰(首寺刹)의 주지가 되기를 놀랐다.
청원하였으나, 모두 사양하고서 묘향산으로 들 「장안사에 사명 스님이 오신다는 전갈이 없으
어가 서산대사를 첫 상면하고 비로소 제자가 되 셨는데요.」
었다. 대사의 마음의 그릇과 기개를 짐작할 수 「허허 골짜기를 내려가노라면 냇물이 거꾸로
있는 서산대사의 시를 소개한다. 흐르는 곳이 있느니라. 바로 거기에 사명대사가
萬國都城如蟻蛭 오시고 있을 것이다.」서산대사는 앞을 훤히 내다
만국도성은 개미 둑 같고 보는 듯 말했다.
千家豪傑等醯鷄 「냇물이 거꾸로 흐르다니, 아무래도 이상한
천가의 호걸은 초파리와 같은데. 일이로구나.」상좌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절을 나
섰다.
년 월호30 | 2016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