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붓다동산7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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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의식이 아니다. 다. 필자역시 구병시식이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범망경(梵網經)에서‘육도의 중생이 모두 나의 한기(寒氣)가 느껴지곤 했는데, 이 번 집필을 계
부모(六道衆生皆是我父母)’라 하셨으니 책주귀 기로 구병시식이 얼마나 슬기롭고 따듯한 천도
신 역시 윤회를 거듭하며 인연을 함께 해온 내 의식인지를 알게 되었다.
부모임에 틀림없다. 나를 힘들게 했더라도 이런 제3조 승찬(僧璨) 선사께서『신심명(信心銘)』
이치를 안 이상 함께 아파하고 함께 고민하고 함 에서 하신‘털끝만큼이라도 차이가 있으면 하늘
께 헤쳐 나가야 할 존재라는 의미다. 과 땅 사이로 벌어진다(毫釐有差 天地懸隔)’라는
본서의 저술에 임해 원(元)의 몽산덕이(蒙山德 말씀처럼 성불과 윤회의 길이 한 생각에 달려있
異. 1232-1298) 화상 편‘구병시식의문(救病施 다는 사실도 새삼 실감하였다.
食儀文)’, 백파긍선(白坡亘璇)편‘구병시식의(救 아무쪼록 많은 분들의 공감으로 당사자는 고통
病施食儀)’, 안진호(安震湖)편‘구병시식(救病施 을 덜고, 삼계만령은 길을 찾아 무시겁래(無始劫
食)’등 3개의 본(本)을 모범하고 산보(刪補)하여 來)의 윤회를 멈추고 모두 함께 열반의 주인공이
표준안을 작성하였다. 그리고 나름의 해설을 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동산불교대학·대학원
하여 구병시식의 본래 목적달성에 일조를 도모
하였다. DongSan Buddhist Academy
흔히 구병시식은 법력(法力)있는 스님이 집전
해야 한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법력이란 앞 주)
서 언급한 지혜와 자비의 유무를 말하는 것이
1) 조선 시대에, 물품을 거두어들일 때 트집을 잡아 술
이나 돈을 청하던 일.
귀침(鬼侵) 귀책(鬼責). 사람의 죄악을 징계하기 위하
여 귀신이 내리는 벌을 받음.
년 월호16 | 2016 9.10